가계부리뷰에 대한 회고
2020.09.12
와이프와 처음으로 가계부 리뷰를 했다.
결혼할때부터 와이프가 나보다 더 검소하고, 돈도 잘 모으는 성격이라서 집안 경제권을 와이프에게 맡겼다. 난 정해진 용돈만 딱 받으면 신경쓸게 없어서 편했다.
가계부는 한달마다 보면서 불필요한 지출이나, 나쁜 소비습관은 없는지, 돈은 조금씩 모으고 있는지 살펴보자고 했었는데, 딱히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한번도 들여다 본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2019년 초 임신을 하고, 11월에 아기가 찾아오면서 우리의 소비는 이전과 다르게 커졌고, 관리를 좀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함께 8월, 또 최근 몇달의 기록들을 살펴보기로 했다.
우리집 가계부는 후잉가계부(whooing)으로 관리한다.
복식부기를 지원해서 계좌별로, 항목별로 관리하기가 좋아서 결혼전부터 쓰고 있다가, 결혼하고 나서는 와이프에게 소개해주어 유료결제해서 사용하고 있다.
우리의 수입과 지출한 내역을 함께 보며, 카테고리별로 얼마의 예산을 잡았는데 얼마를 썼는지 이야기 나누었다.
어느 곳에 생각보다 돈을 많이 썼고, 어느 곳에 생각보다 돈을 적게 썼는지 좀 보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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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비가 엄청 늘었다.
재택하는 날이 많고, 집에서 식사를 많이 하다보니 이마트, 쿠팡, 컬리에서 장을 본 금액이 꽤 크다. 이 부분은 돈을 허투루 쓰거나 과소비를 한 건 아니지만, 예산을 훨씬 초과하는 금액이어서, 다음달 예산을 상향시켰다. -
외식비도 엄청 늘었다.
아무래도 육아에 지치면 밥하기 힘든날도 많고, 시켜먹는 경우도 꽤 많아졌다. 배달음식도 외식비에 포함시켰는데, 나가서 사먹는 일은 줄었지만, 배달을 꽤나 많이 시켜먹었다.
그렇다고 되게 맛있는걸 먹은것도 아니고, 매번 시켜먹는게 거기서 거기다 보니 배달앱을 한참 뒤져도 땡기는게 없이 겨우 골라서 먹은 날도 있었던 것 같다.
그달의 외식비 예산을 다 쓰면 그달의 배달과 외식은 끝인걸로 하기로 했다. 정 먹고 싶은게 있다면 용돈으로 쏘기로 했다. -
고양이에게 돈을 너무 안썼다.
지난달에 사둔 사료와 모래 간식등이 아직 남아서 그랬겠지만, 공교롭게도 8월에 꼬미에게 사용한 돈은 0원이었다. 아기때문에도 그렇겠지만 너무 신경을 못써줬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미안했다. 지출이 적은 달엔 하다못해 장난감이라도 하나 사야지
이렇게 함께 리뷰를 하고 나서 느낀 점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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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과 지출을 보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아이도 점점 크면 생활비도 교육비도 훨씬 많이 들어갈테고, 둘째도 낳아 키울 살림이 될까.. 더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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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는 이걸 나누고 나서 맘이 좀 가벼워졌단다. 이걸 혼자 걱정하고 답답해 했구나. 진작 이런 기회를 마련할껄. 생활비는 맡기더라도 고민은 떠맡기지 말아야지
가계부리뷰는 코드리뷰와 비슷하단 생각을 했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지 못하면 잘못을 지적하거나 상처되는 말을 할 수 있다. 그래서 가계부리뷰를 하기 전에도 잔소리를 하려는게 목적이 아니고 둘이 함께 고민해서 좋은 답을 찾기 위한 과정임을 약속한 뒤 시작했다.
가계부리뷰와 이 회고가 우리집의 재무상태를 함께 확인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을 뿐 아니라, 부부사이의 신뢰도 한번 더 굳건히 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